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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단오에 즐기는 전통놀이와 유래에 대해 알아보자.

by 클래식보이 2025. 6. 11.

한국의 세시풍속 중 단오는 설날과 추석만큼이나 큰 명절로 꼽힙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수릿날'이라 불리며 백성들이 음력 5월 5일을 중심으로 더위에 대비하고 질병을 막기 위한 다양한 의례와 놀이를 행하였습니다. 단오는 농경사회에서 여름을 맞아 풍요와 건강을 기원하던 날로, 제의적 성격과 놀이 문화가 어우러진 전통 명절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단오에 즐기던 전통놀이와 그 유래, 문화적 의미에 대해 심층적으로 고찰해보겠습니다.


그네뛰기: 여성의 힘과 기원의 상징

유래

그네뛰기는 단오의 대표적 놀이로, 특히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참여하는 놀이입니다. 고대 농경사회에서는 여성이 하늘과 가까워지는 행위를 통해 풍요와 건강, 다산을 기원하는 의례적 의미가 있었으며, 그 상징이 그네뛰기로 전해졌다고 봅니다. 조선시대에는 양반가 여성들이 직접 뛸 정도로 사회 전반에 널리 퍼졌습니다.

놀이 방식과 의미

두 개의 기둥을 세우고 줄을 매달아 만든 그네에서 참가자가 발로 땅을 차고 공중으로 오르며 즐깁니다. 그네뛰기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여성의 자율성과 신체적 역동성을 상징했으며, 그 해의 액운을 멀리 날려보내고 복을 부른다는 믿음도 있었습니다. 경쟁 방식으로 높이뛰기를 겨루기도 했습니다.


씨름: 남성의 힘겨루기와 공동체 결속의 장

유래

씨름은 단오날 빠질 수 없는 남성 중심 전통놀이로, 벼농사 준비가 끝난 시점에서 마을 청년들이 실력을 겨루며 남성성을 과시하는 무대였습니다. 특히 단오날은 ‘씨름날’이라 불릴 정도로 대중적인 놀이였습니다.

놀이 방식과 상징

샅바를 잡고 상대방을 넘어뜨리는 방식으로, 승자가 되면 ‘단오장사’ 또는 ‘천하장사’라 불리며 마을의 자랑이 되었습니다. 씨름은 신체적 힘뿐 아니라 기술과 지혜가 요구되어 단순한 체력 대결을 넘어선 지적 유희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씨름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문화적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창포머리감기: 건강과 미용을 겸한 의례

유래

단오는 더위가 시작되는 절기로, 질병을 막고 체력을 기르기 위한 다양한 풍속이 전해집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풍습입니다. 창포는 예로부터 살균 작용이 뛰어난 약초로 알려졌으며,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고 윤기가 난다고 여겨졌습니다.

의례와 의미

여성들은 단오날 아침, 창포뿌리를 우린 물에 머리를 감고 머리를 곱게 땋아 창포줄기로 묶었습니다. 이 행위는 건강을 기원하는 동시에 여름철 더위와 액운을 막는 주술적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아름다움과 청결을 중시하는 여인의 미덕이 반영된 의례로도 해석됩니다.


단오부채: 더위를 쫓는 실용성과 예술성의 결합

유래

단오부채는 조선시대 선비들과 서민들 사이에서 단오 선물로 주고받던 풍습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래는 여름을 맞아 더위를 쫓기 위한 실용적 도구였습니다. 강릉 지역에서는 단오에 만든 부채를 이웃에게 선물하며 안부를 묻는 풍속도 있었습니다.

상징적 가치

부채는 단순히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가 아니라, 복을 전달하고 화를 막는 의미를 가졌습니다. 특히 ‘풍선(風扇)’이라 하여 단오부채에 시를 적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예술적 표현의 수단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단오장에서는 부채 장수가 다양한 색채와 문양의 부채를 팔았고, 이는 단오의 시각적 풍요를 상징했습니다.


그 외의 민속놀이들

널뛰기

그네뛰기와 함께 여성 놀이의 쌍벽을 이루는 놀이로, 명절이면 마당 한복판에서 널판을 놓고 두 사람이 번갈아 뛰며 하늘로 솟구쳤습니다. 널뛰기는 신체적 균형과 협동이 요구되며, 두 사람 간 호흡이 잘 맞아야 화려한 공중 동작이 나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널뛰기를 통해 액운을 밟아 없앤다는 믿음도 있었습니다.

탈춤과 가면극

단오날을 맞아 마을의 공동체가 모여 탈춤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주로 양반과 부패한 중, 탐욕스러운 인물을 풍자하며 서민의 한을 해소하는 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공동체 정화와 유희가 결합된 탈춤은 웃음과 풍자의 극치를 보여주는 대표 민속극입니다.

수리취떡 만들기

단오를 ‘수릿날’이라고 부른 이유는 수리취떡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수리취는 쑥과 비슷한 향초로, 떡의 재료로 쓰이면 액운을 막고 건강을 지켜준다고 믿었습니다. 단오날 수리취떡을 만들어 조상께 바치고 이웃과 나누는 풍속은 단오의 정을 실감하게 해주는 민속 행사였습니다.


단오의 민속놀이와 문화유산적 가치

농경 사회의 생존 전략에서 공동체 문화로

단오에 행해진 전통놀이는 단순한 여흥이나 경쟁이 아니라, 그 속에 뚜렷한 목적성과 상징성을 담고 있습니다. 무더위를 앞둔 시기에 건강과 풍요, 다산을 기원하며 이루어진 이 놀이들은 고대 주술과 농경 공동체의 생존 전략이자, 세대 간 지식을 전승하는 교육적 통로였습니다.

문화재로서의 계승 가능성

강릉단오제는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2005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었습니다. 이는 단오의 민속놀이와 의례, 민속신앙, 장터 문화 등 전반적인 세시풍속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사례입니다. 특히 지역 공동체가 주체가 되어 축제를 유지하고 있는 점은 세계적 민속학 연구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결론: 계절의 전환점에서 삶을 노래하다

단오는 여름의 문턱에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 공동체의 연대, 개인의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다층적 의미의 명절입니다. 그 속에 담긴 전통놀이는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충분히 계승 가능한 공동체 문화의 원형입니다.

디지털 시대인 지금, 단오의 전통놀이를 재조명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는 공동체의 정체성을 되살리고, 가족과 이웃 간의 정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가오는 단오에는 창포향 가득한 머리감기와 널 위를 날아오르는 그네처럼, 삶의 무게를 잠시 덜고 전통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